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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그리고 “백조의
노래”와 더불어 3대가곡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겨울나그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두 작품 모두 빌헬름
뮐러(Wilhelm Mueller)라는
동일 시인에 의해 쓰여
졌고, 내용도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일생동안 사랑다운
사랑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이쪽 저쪽 여인의
품만 옮겨 다니다가 병을
얻어 죽은 슈베르트에게는
여인에 대한 숭고한 사랑과
실연에서 오는 괴로움과
아픔이라는 내용을 가진
뮐러의 시가 영감을 자극했을
것이다. 사람이란 항상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않은
것에 대해 동경심과 부러움을
지닌다.
남성적이고
구성적인, 어쩌면 자신의
음악과는 반대적인 양상을
띠는 베토벤의 음악을
숭배했으며 베토벤처럼
되고 싶어 했던 두꺼운
뿔대 안경을 쓴 소심하고
연약한 작곡가 슈베르트,
진정으로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 했던 160cm도
안 되는 작은 키의 올챙이배가
튀어나온 북한의 김정일을
상상시키는 듯한 외모의
인간 슈베르트... 그는
무명시인에 불과 했던
뮐러의 시에서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이루지
못한 희망과 꿈을 예술화
시킨 것이다. 겨울나그네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정처 없이 길을
나서 체험한 것을 1인칭
시점에서 읊고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사랑의 시작이
연가곡집의 시작이 아니라
사랑의 종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한
곡 한 곡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새기면서 음미하면서
우리는 나그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실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한겨울
이른 새벽 연인의 집
앞에서 혼자 이별을 고하고
(여기서 첫 곡인 Gute
Nacht (안녕!)로 정처
없는 여행이 시작된다.)
그 아픈 사랑을 잊으려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목적지도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난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그의 마음은 절망에서
차차 허무와 인생의 덧없음으로
흐르고 죽음에 대한 상념이
교차한다.
그리하여
동구 밖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떠돌이 악사에게
함께 마지막 길 (마지막
길이란 자살을 의미하며
이 부분이 겨울나그네의
종곡으로 Der Leiermann이다.)을
떠나자고 하며 가곡집은
끝난다. 겨울나그네의
내용이 이렇다 보니 음악자체도
밝고 즐거울 수가 없다.
세상
어느 누가 시련에서 오는
아픔을 마음에 담고 목적지도
없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즐거울 수가 있을 것인가!
거기다가 작곡
당시 가난과 병으로 시달리던
슈베르트 개인의 심정까지
반영됐을 터, 간혹 환한
광채가 살짝 모습을 비춘다면
그건 영원불멸의 사랑이
없다는 것에 대한 냉소와
자포자기, 그리고 어이없음에서
오는 자학일 것이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에서
영원불멸의 사랑이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 허무주의,
인생무상 등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Auf
dem Fluß 첫 번째
부분: 1-22마디 분석
나그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속
길을 걸어가다 강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며 상념에
빠진다. 지난 여름날,
이 강물은 맑고 힘차게
흐르면서 청명함을 뽐냈다.
하지만 지금 이 겨울에는
거세던 물살도 멈추어버리고
군데군데 차가운 얼음들이
스산한 기운까지 뿜어낸다.
나그네는 그녀의 이름과
처음 그녀를 만난 날과
헤어진 날을 강에 서려
있는 얼음위에 돌로 새긴다.(악보1)

4마디로
이루어진 악보1의 전주는
반주자에게 시각상으로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슈베르트가
원하는 효과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기본적이면서도
꼼꼼한 연습을 요구한다.
전주부분에서 슈베르트가
표기한 스타카토는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한지 못할
만큼 중요하다.
이렇게
스타카토 효과를 요구하는
전주는 겨울나그네의
3번째 곡인 Gefrorne
Traenen (얼어붙은 눈물)에서도
나오지만 이 곡에서의
스타카토가 “얼어붙은
눈물”보다 더 짧게 연주되어져야
한다. 스타카토와 더불어
pp로 되어 있는 다이내믹
역시 표현의 어려움을
배가 시키는데 전주는
단순히 왼손 오른손이
교차하는 단순한 8분음표의
“쿵짝쿵짝” 리듬형이
아니다. 짧게 그리고
작게 연주되어져야만
하는 8분음표들은 겨울나그네의
시작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나그네의
발걸음이다. 겨울 나그네의
처음부터 마지막 곡까지
수시로 등장하는 음형인
8분음표진행은 나그네의
발걸음을 묘사한 것이며
이동을 의미한다. 나그네가
움직일 때 반주는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움직임의 종착지는
명시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상황을 겪고
체험을 하면서 8분음표
이동이 가야할 궁극적인
길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일곱 번째 곡인
여기선 가사에서도 피아노
반주부에서도 목적지가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짧고 여리게 그리고 페달도
없이 어떻게 들으면 무미건조하게
연주되어지는 발걸음에서
혹독한
겨울의 한기에 몸과 마음까지
얼어붙은 나그네의 고단한
행보가 암시되어지고
청중은 이 짧은 전주를
듣고도 나그네의 고통을
공감하게 된다.
4마디
전주 후에 이어지는 강에게
행해지는 나그네의 독백은
극명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첫
번째 문장 ; Der du so
lustig rauschtest, du
heller, wilder Flu?ß
(즐겁고
경쾌하게 흐르던 강물아.....)
두
번째 문장: wie
still bist du geworden,
gibst keinen Scheidegruß
(작별인사도
없이 조용해져버렸구나.....)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의 대사는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지난날과
현재, 행복했던 시기와
암울한 지금의 상황들을
강물에 비유하며 나그네는
심한 말로 애매한 강물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지고 나면
안 좋았던 기억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또 그런
기억들의 회상으로 인해
실연의 상처가 아프다.
기억들을 깨우는 것은
아름다웠던 시절 함께
경험했던 어떤 것이다.
같이 다정하게 웃으면서
찍었던 사진이나 여행가서
사왔던 선물이든 둘만의
추억이 깃든 무언가를
보거나 다시 겪게 되면
아물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랑의 상처가 다시 되살아난다.
그 무엇이 나그네에게는
강(Fluß)인 것이다.
지난 날 (필자는 위에서
여름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지난날을 상징하는 그
어떤 교유명사도 가사에는
나오지 않는다. 순전히
필자의 억측이다. 겨울나그네의
무대가 겨울이고 겨울을
연상하면 황량하고 차가우며
쓸쓸하다는 분위기가
왠지 연상되어 겨울나그네와
어울린다. 겨울의 반대가
여름이고 모든 생물이
그들의 생명력을 고조시키고
온 천지가 파란색으로
뒤덮이는 여름......
(그래서 사람들도 자신들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전성기일 때를 여름이라고
칭하지 않는가! ) 연인과
강에 왔을 때는 세상천지가
아름답게 보이고 행복했는데
지금 다시 강을 찾으니
그때의 심정과는 너무나도
달라 마음이 아프다고
강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악보2는 이런 내용상의
대비가 음악으로 표현된
것이다. (악보2)

5번째
마디의 wie still~~로
시작되는 부분은 앞의
가사에 대한 대비부분인데
내용상의 반전과 함께
화성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1부터
4마디까지는 원조인 e-minor다.
5번째 마디부터는 d#-minor인데
이 둘의 조성관계는 기능화성이론으로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
다만
4번째 마디의 마지막
화음인 B장화음이 5번째
마디의 첫 번째 화음인
d#단화음으로 이동한
것은 3도관계인 Mediante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일련의
전조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성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d#-minor는 원조인
e-minor에서 반음 내린
것이다. 거기다가 그
부분부터는 대답 없이
흐르는 강을 묘사하고
나그네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처럼 더욱
여리게 연주하라고 지시가
되어 있으며 ppp로 명시한
것으로만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성악부에
sehr leise (아주 작게)라고
특별히 적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반전은
화성이 원조에서 반음
낮은 조성으로 전조의
과정이 없이 파격적으로
움직였다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몇 번을 반복하는
거지만 조성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가사의
내용도 기승전결 없이
갑작스럽게 반전됐다.
즉 화음의 진행이나 화성사용법이
분석의 요지가 아닌 시의
내용이 바뀌면서 음악분위기도
전환되고 음색도 바뀌어
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
한 것이다.
악보2를
자세히 살려보면 성악부의
시작은 正박으로 출발하지만,
쉼표 이후의 2번째 문장부터는
못갖춘마디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슈베르트가
얼마나 모국어인 독일어에
정통하여 음악을 절묘하게
붙였는지 알 수 있다.
가사에 음악을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아무리 선율이 아름답고
예쁘더라도 시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 전달되어 청중의
입장에서는 음악을 듣고는
가사를 이해 못하는 사태까지
일으킨다. 악보2의 성악부의
처음 2마디와 나중2마디의
리듬형은
로 비슷하지만
나중 것이 부점으로 되어
있다. 가사인 “der du
so lu-stig"는 다섯음절로
되어 있다. 가사에서
du(너, 여기선 강물을
지칭함)는 문맥상에서는
다시 나올 필요가 없는
단어이다. 이미 der 라는
정관사가 강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so(여기서는
아주, 참 등의 강조의
의미로 쓰임)라는 부사와
lustig (즐거운, 밝은,
유쾌한 등으로 해석 가능함)가
쓰여 ”강물이 즐겁게~~“라고
이미 동사가 빠졌지만
문장이 성립 됐으며 다음
마디에서 rauschen(흐르다,
강물이 졸졸 흐르다)이라는
동사가 나와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는데 중간에 ”너“라고
강을 지칭하며 악센트를
두어 나그네가 강에게
혼자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면서
rauschen이라는 동사가
”강“이라는 남성명사의
3격변화로 rauscht로
되지 않고 ”너“라는
2인칭 대화 상대가 되어
rauschen이 rauschtest로
바뀌어 여운을 더한다.
그럼 다음 문장인 du
heller wilder Fluß도
의
리듬이 쓰일 수 있지만
슈베르트는 못갖춘마디로
시작하여 du를 마디 안에서
떼어 냈다.
hell(밝은),
wild (팔팔한)라는 강을
수식하는 두 형용사는
굳이 음절을 분리할 필요가
없지만 앞의 du로 인해
관사가 빠지고 독일어
문법적으로 남성명사를
수식 할 때 단어 뒤에
er가 붙어 hel-ler, wil-der라고
정확하게 음절이 끊어지게
되며 그럼으로 과
같은 리듬형으로 변환된
것이다. 이런 음절분리법으로
인한 리듬의 차이는 노래를
부르기 수월하게 만든다.
독일어 가사로 되어 있는
노래를 한번이라도 불러본
성악가는 독일어의 t
나 sch 같은 강한 발음
때문에 레가토를 연주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8분음표의
못갖춘마디 리듬형으로
인해 正박에 오는 악센트는
더욱 더 자연스러워 졌으며
약박에서 센박으로 이동이
수월해져 가사전달이
분명해지고 正박에는
still, Schei-, du 와
같은 중요한 음절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가사를 보자.
세
번째 문장: Mit harter,
starrer Rinde, hast
du dich ?berdeckt,
(
묵직하고 딱딱한 조갯돌로
덮여 있던 강물아....)
네
번째 문장: liegst kalt
und unbeweglich, im
Sande ausgestreckt.
(이제는
차갑고 움직임도 없이
모래 안에 잠겨 있구나)
Du라고
나그네가 지칭하는 대상은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
강이다. 겨울나그네에서는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이
등장하지도 않고 모든
인칭대명사가 "너“라는
2인칭으로만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면
위의 가사가 다르게 번역될
수 있다.
만약
du를 강으로 보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으로 인식하고
해석을 한다면 ”사랑하는
여인은 묵직하고 딱딱한
조갯돌로 덮여 있고 모래에
차갑고 움직임도 없이
누워 있구나...“ 가
되어 주제가 전혀 달라져
버린다. 나그네의 발걸음이
지난 날 연인과 행복한
한때를 보냈던 강에 와서,
강 위에서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고 강에게 심정을
토로하며 과거를 묻어버리려고
몸부림치는 내용으로
Auf dem Fluß는
되어 있으며 A부분을
이루는 22마디까지는
나그네의 대화대상이
강이다. 그럼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장과
같이 세 번째와 네 번째
문장 역시 과거와 현재,
추억과 현실, 행복과
불행이라는 인과관계로
되어 있다. 슈베르트는
여기서 다시 한 번 같은
수법으로 곡을 진행한다.
문장들은
중간에 쉼표로 분리되어
있다. 세 번째 문장을
직역하면 ” 묵직하고
딱딱한 조갯돌로 / 덮여
있었던 강물아“가 되는데
선율선은 리듬꼴로
되어 있다. 그리고 분리되는
구절의 첫 단어인 mit와
hast가 못갖춘마디로
되어 있으며 그런 구성은
네 번째 문장에서의 liegst와
im도 마찬가지이다. 화성진행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장에서와
동일하여 세 번째 문장은
e-minor로 네 번째 문장은
분위기 전환으로 예측하지
못한 d#-minor로 변한다.
첫
번째 부분이 나그네가
강에게 호소하고 독백하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단랃은 회상과 추억을
되씹고 그런 옛 기억들을
묻어버리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두 번째 부분은
가사의 구성에 맞추어
8마디씩 나누어서 두
개의 단락이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다.
In
deine Decke grab ich
mit einem spitzen Stein
den
Namen meiner Liebsten
und Stund und Tag hinein.
(마디
23-30까지의 가사)
한글번역:
날카로운 돌로 강물에
묻어버리고 싶구나.
내
여인의 이름과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과 날들을....
문장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hinein과
합쳐 독일어의 분리전철
동사인 hineingraben
(무언가를 안으로 파묻다,
묻히다)은 연이어 나올
목적어가 묻힐 장소를
지정해준다. Ich(나,
여기선 나그네를 뜻함)
라는 1인칭이 mit(~~와
함께,~~으로 라는 접속사)
spitzem Stein (뾰족하고
날카로운 돌멩이)로 den
Namen meiner Liebsten
(내 여인의 이름)과 Stund
und Tag (시간과 날,
추억을 의미함)들을 묻어버리고
싶다고 나그네는 말한다.
혼란이
오는 것은 나그네가 묻어버리고
싶어 하는 대상들이 묻힐
장소이다. 그 위치를
선정해줄 명사로Decke가
보인다.
Die
Decke는 “지붕, 덮개”
등의 뜻으로 번역이 가능한데
in deine Decke를 직역해본다면
“너의 지붕위에, 너의
표면위에” 가 되는데
그럼 여기서 “너”를
뜻하는 것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사랑하는 여인을
지칭하는 것일까? 첫
번째 부분과 마찬가지로
나그네는 계속해서 강에
있으며 여전히 강에게
말하고 있다. Decke라는
지붕은 여기서 얼음으로
뒤덮인 강 표면이고 첫
번째 부분이 아름다웠던
지난날과 현실을 비교하고
자신의 절박한 감정을
강에게 신세 한탄한 것이라면
이 부분에서는 나그네의
감정이 점점 격해져 무언가
행위로 이어져 있다.
위의 가사를 읽어보고
나그네의 행동을 상상해본다면
강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
축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힘 빠진 팔로 강 위에
덮여 있는 얼음들을 깨면서
과거를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얼음이라는 동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첫 번째
부분의 Mit harter, starrer
Rinde, hast du dich
ueberdeckt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에 덮여서)라는 가사로
알 수 있으며 동사 ueberdecken이
쓰였다면 여기선 그 동사의
명사형인 Decke가 나와
얼음으로 뒤덮인 을씨년스러운
강을 연상시킨다.
감정이
고조되는 와중에 반주부의
음형도 왼손과 오른손의
8분음표 교차에서 16분음표로
빨라지면서 나그네의
심정과 같이 감정이입과
상승이 벌어지고 있다.
31마디부터 나오는 두
번째 부분의 남은 8마디의
가사를 살펴보자.
Den
Tag des ersten Grußes,
den Tag an dem ich ging
um
Nam und Zahlen windet
sich ein zerbrochner
Ring.
(마디
31-38까지의 가사)
한글번역:
처음 만나던 날을, 이별하던
날을
지금은
부서져 버린 우리의 반지를.
여인의
이름을 묻은 후 묻힐
추억들이 좀 더 구체화
되고 있다. 첫 만남과
이별의 날에 이어 마지막으로
나그네는 사랑의 증표인
반지를 묻는다.
위
가사의 zerbrochen (망가진,
깨진)은 반지의 상태를
묘사하는, 반지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보기 보다는
독일어의 표현 상, 인연이
깨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상 맞을 것이다.
반지는 두 남녀의 사랑의
결합을 의미하고 결합이
이젠 깨진 것이다.
그럼으로
나그네가 손상된 반지를
강에 버린다는 의미로의
해석이 아닌 반지를 강에
던지며 둘 사이의 관계가
여기서 완전히 정리가
됐다는 의미의 해석이
필요하다. 과거를 하나하나
정리해가는 나그네의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피아노의 반주부로
위의 첫 번째 문장과
두 번째 문장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오는 성악부의
선율과는 상반된 형태를
띠고 있다. B부분이 끝나는
40마디까지 이 곡에서
f 라는 악상기호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곡은 아주 여리게 시작하고
슈베르트는 그것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Sehr leise"
(아주 여리게)라고 글자로까지
표기해 놓고 있다. 그만큼
곡의 흐름은 여리고 어두우며
무겁게 흘러가지만 방금
우리가 가사를 살펴본
것과 같이 텍스트는 선명하게
포착되고 지극히 내면적이다.
이런 텍스트의 선명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
반주부의 리듬형으로
처음의 피아노 반주는
힘없이 비틀거리는 절망한
나그네의 심정과 발걸음으로
시작하였다. 23마디에서
16분음표로 빨라지며,
31마디에서는 16분음표의
셋잇단음표가 나와 더욱
빨라졌다. 나그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 아니다.
이미 나그네는 강에 당도했다.
이 곡은 강으로 향하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아니라
냇가에서 절규하는 나그네의
자서전이다.
나그네
감정이 점점 격해지고
고조되는 것으로 그걸
반주부의 음형으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보기1)

가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중간 부분을 듣는다면
조성도 e-minor에서 E-Major로
전조되어 따뜻하고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여기서
나오는 “노스탤지어”는
절대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고 도리어 처음 부분보다
더 애통한 것을 알 수
있다.
나그네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는
반주부의 리듬형이 점점
더 몰아치듯이 변하는
것과 가사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중간 부분에서 나그네의
심정이 앞부분 보다 더
비통해져 있는 것을 선율로만
듣고는 느끼기 힘들다.
가사는 슬프고 애처로워지지만
음악은 장조화가 되어
얼핏 듣기에는 도리어
밝고 평온하게 전개되는데
이런 유의 작곡방식은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예로 겨울나그네 5번의
“보리수”를 들 수 있는데
보리수는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애창가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커피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일 정도이다. 유럽에
가면 보리수는 주로 무덤
근처에 심어져 있다.
“성문
앞에 서 있는 보리수가
나를 부르는 구나. 보리수는
나의 안식처다.”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보리수라는
시는 결국 나그네에게
보리수가 있는 곳이 안식처요,
그 안식처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이런 내용으로 되어 있는
시에 붙인 슈베르트의
음악은 “강 위에서”의
중간부분과 같은 E-Major의
조성으로 되어 있으며
굉장히 따뜻하고 결국
삶이 구원을 받는 것은
죽음뿐이 없다는 슈베르트,
더
나아가서는 오스트리아
특유의 죽음에 대한 미학이
짙게 배어 있는 곡이다.
이런 가사에 장조의 선율이
나온다는 것은 역설적인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종종 장조의 작품들이
단조로 되어 있는 곡들보다
더한 내면적 슬픔과 염세주의적인
세계관이 배어 있다.
41마디부터
조성이 다시 원조인 e-minor로
돌아오며 곡의 세 번째
부분이 시작하는데 조성뿐만이
아니라 박자와 곡의 분위기
등이 모두 처음과 동일한
가운데 나그네의 독백이
이어지고 피아노의 베이스로
선율이 연주된다.(악보3)

4마디의
e-minor로 된 악보3 다음에
처음부분과 마찬가지로
ppp 로 d#-minor로 갑작스럽게
변한다.(악보4)

악보
5는 악보4에 이어 나오는
부분이다. (악보5)

처음
부분이 4마디의 e-minor와
다시 4마디의 d#-minor
이후 e-minor로 돌아가는
전조를 위한 한 마디로
구성되어 있다면 여기선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다.
악보 3의 e-minor 4마디
이후 악보 4의 d#-minor
3마디가 나오면서 악보
4의 마지막 마디가 다음
마디에 나올 조성인 g#-minor의
V화음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다시 악보 3의 베이스
선율이 g#-minor로 전조되어
악보 3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악보5는
여러 가지로 이 곡의
정점을 이루는 부분으로
매우 여리게 진행되어온
곡이 48마디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f 라는 셈여림기호가
나온다.
또한
4+4라는 선율의 마디구성이
여기서 깨어지고 확대되어지고
있다. A부분(마디 1-22)은
4마디의 피아노 전주
이후 4마디의 마단조와
4마디의 d#-minor, 2개의
작은악절(Phrase)의 결합으로
큰악절(Period)을 이루고
다시 한 번 그 큰악절이
반복되어지는 것으로
구성되어져 있다.(보기2)

시
절의 끊어짐에 맞추어
4마디의 작은악절로 선율이
형성됐고 큰악절이 이루어졌으며
2번의 큰악절 반복으로
하나의 단락이 이루어
진 것은 23-40마디의
B부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C부분인 악보3부터
5까지는 지금까지의 선율구성방식에서
벗어나 4+3+6이라는 마디그룹으로
곡이 이어지고 있다.
악보3의 가사는 “내
마음아! 이 강에서...”라고
완전한 문장이 아닌 뭔가를
암시하고 있다. 그런
암시적인 가사에 베이스에서는
이 곡의 주선율이랄 수
있는 보기2의 e-minor
작은악절의 선율이 흐른다.
악보4에 가서야 “바로
너의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
가 악보3에서 끊긴 문장을
완벽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준다. 악보3과
4는 화성진행에서는 곡의
처음 부분과 마찬가지로
e-minor와 d#-minor의
진행으로 되어 있지만
악보4가 3마디로 압축되어
있으며 그러면서 d#-minor로
종지되어지지 않고 악보5
g#-minor의 V화음역할을
한다.
악보5의
성악부는 피아노 베이스의
선율리듬꼴과 유사하게
흐르면서 성악부가 피아노에
종속된 느낌은 준다.
A와 B부분에서 피아노가
성악을 반주하며 곡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C부분에서는 피아노가
주도적인 입장을 취한다.
성악은 악보3과4에서
피아노의 선율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독백식으로
진행되고 악보5에 와서는
피아노베이스의 3도위
선율을 피아노와 같이
부르게 되면서 반주에
속해버린다.
악보5가
다른 악절과는 다르게
6마디로 되어있는 것은
“ob's wohl auch so
reißend schwillt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지를)이라는 가사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
가사가 두 번째 반복될시
성악부는 반주부에서
이탈해 독립적이 되며
음역도 G음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크레센도 (Cresendo)효과까지
가미되어 나그네의 절규가
더욱 더 처참하게 들려진다.
마디41-53의
가사가 다시 한 번 반복되는
54마디부터 앞에 부분과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악보6)

베이스에서
나오는 주선율은 여기서
처음으로 확대되어져
G-Major로 전조가 되어
계속 이어진다.
ppp
로 더욱 더 여려지면서
화음의 진행이 이번에는
d#-minor로 가지 않고
f#-minor로 가서 변화가
생겼는데 그건 전 마디의
G-Major의 V화음인 D장화음의
근음 D음이 반음 밑인
C#음으로 내려 온 것으로
e-minor의 V화음인 B장화음의
근음인 B가 반음 밑인
A#음으로 하향해 d#-minor로
전조한 것과 같은 수법이라고
하겠다.
악보6의
마지막 마디에서 e-minor의
V화음이 나와 다시 e-minor로
전조가 된다.
C부분은
“Mein Herz, in diesem
Bache, erkennst du nun
dein Bild?. Ob's unter
seiner Rinde wohl auch
so reißend zurueck”
이라는 가사가 두 번
재현되기 때문에 앞의
A와 B부분에 비해 길이면에서
크게 확장이 됐다. Wilhelm
Mueller의 원래 시에는
반복되지 않은 이 절이
슈베르트에 의해 반복된
이유로는 “강 위에서”라는
시가 가지고 있는 지속적인
감정의 상승작용에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 곡은
A부분에서는 나그네와
강의 대화. 나그네가
강에게 하는 나지막한
신세한탄으로, B부분에서는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녀와의
추억을 강에 묻어버리려는
나그네의 심정을, 그리고
C부분에 와서는 A부분부터
서서히 상승됐던 비통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식으로
되어 있으니 내용을 따라가
보면 점진적으로 나그네의
감정이 상승되어 시의
마지막 절에 이르러서
폭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슈베르트는 곡의
처음을 아주 여리게 시작하여
“강 위에서” 전까지의
“겨울나그네” 어떤
노래에도 나오지 않는
ppp 라는 슈베르트 시대에서는
극단적인 셈여림기호까지
사용하였다. 담담하고
무덤덤하게 흐르는 감정은
피아노의 반주부의 리듬변화로
간접적으로 묘사가 되면서
C부분에 와서야 비로소
f 가 쓰였다.
또한
C부분에서 나그네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다소
레치타티브 풍의 독백을
한다. 그리고 선율이
피아노로 옮겨져 각 파트가
개별적으로 흐른다. 피아노
베이스에서 나오는 주제는
성악부와 관계없이 “강
위에서”의 주테마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성악부는 결국에는 피아노반주에
일정한 부분이 속해져
버린다. 즉 반주에서는
강의 흐름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나그네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강은
흐른다. 지난날에도 흐르던
강은 연인과 이별을 한
지금 마찬가지로 흐른다.
나그네와
연인에게 따뜻했던 시절을
선사하고 함께했던 강은
오늘날도 변함이 없지만
나그네의 마음은 애통하기
그지없다.
그런
두 개의 성격이 동시에
음악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C부분에서의 피아노는
성악부를 보조하고 반주하는
것이 아니라 강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다. 나그네의
역할은 성악가가 하고
강은 자신의 메시지를
이야기함으로 서로 다른
둘은 하나가 아닌 독립된
주체가 된다.
지금
나그네는 연인과 결별하고
혼자이기 때문에 다시
나그네가 연인과 결합을
하기 전하까지 강과 나그네는
결코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고 하나가 될 수
없다. 이런 시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반주부가 성악을
반주하고 보조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독립적인 파트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분석을
하다 보니 여러
음악적인 텍스트에 내포된
해석상의 많은 관점들이
짧은 가곡임에도 불구하고
심오하게 자리 잡고 있어
다시 한 번 슈베르트
음악의 어려움과 작품의
완성도와 위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또한
여기에 싣지 못하고 간과한
많은 요소들이 남아있어
아쉬움을 금치 못할뿐더러
연가곡이다 보니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강 위에서” 뿐만이
아니라 “겨울나그네”
전곡을 차근차근 연구하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절감하게
되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겨울나그네”를
심도 있게 연구, 분석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고 우리나라
음악이 아니고 우리언어로
되어 있지 않은 외국
가곡에 대해 많은 연구자료와
논문이 우리나라 음악인에
의해 쓰여 연주자들에게
올바른 해석의 지침표로의
작은 도움이 되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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